경찰 청문감사관이 직원의 성희롱 피해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남편과 통화를 요구하고 근무지를 사적인 경로로 확인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부산의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A씨가 낸 진정을 받아들여 청문감사관 B씨에 대해 직무교육을 할 것을 부산지방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 모르는 남성 경찰관이 자신을 모르겠느냐며 갑자기 팔을 잡아 성적 수치심을 느꼈고, 3개월 뒤 B씨에게 이런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후 같은 해 7월 부산경찰청에서 성희롱 가해 경찰관에 대한 최종 징계 결정이 내려지기 수 시간 전 B씨는 느닷없이 A씨에게 남편의 연락처를 요구하고, 이름을 확인하려 하는 등 남편을 조사하려 했다.
  B씨는 인권위 조사에서 "A씨 남편의 이름을 확인해 동향을 확인한 사실이 없고, 성희롱 사건의 양 당사자 주장이 상반돼 피해자 남편의 진술이 A씨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의사를 물어본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 결과 B씨는 A씨 인사기록카드를 통해 남편 이름을 알아냈고, 소방당국에서 일하는 지인을 통해 소방관인 남편의 근무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B씨가 A씨 남편의 근무 여부를 사적으로 확인한 행위는 성희롱 사건의 공식적인 조사로 볼 수 없고, 남편이 소속 기관의 감사부서나 동료들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나 의심을 받을 수 있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희롱 가해자에게 징계 결정이 내려지기 몇 시간 전 B씨가 A씨를 불러 남편과 통화하고 싶다고 제안한 행위는 가족 간 불화를 염려하는 A씨에게 심리적 위축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성희롱 신고 이후 피해자가 직장 자체 조사과정에서 유무형의 2차 피해를 받지 않도록 각별한 보호와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부산지방경찰청.

취재 / 김민수 기자  pointan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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