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서울시경)

도난된 보물급 불교문화재 11점을 20여 년간 숨겨오던 사립박물관 전 관장과 그의 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문화재보호법 위반(은닉) 혐의로 전 사립박물관 관장 A(75)씨와 그의 아들이자 전 박물관 국장인 B(47)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가 사들인 불교문화재는 1989년 9월 전북 완주군 위봉사에서 도난된 불상 관음보살입상 등 1989년부터 1993년 사이 전국 6개 사찰에서 도난됐던 불교문화재 11점이다.

이들은 이 문화재들을 전시·연구·조사 없이 20여년 이상 박물관 부지 내 무허가 창고에 숨겼다. 그러나 이들이 채무 문제로 올해 4월 사찰 등에 해당 문화재들을 처분하려다가 결국 경찰에 적발됐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조선 중기부터 후기에 제작된 이 문화재 중 완주 위봉사 보살상 2구와 대흥사 삼존불 3구는 시대·규모·작품성 등을 봤을 때 국가지정(보물) 상신이 가능하다.

특히 1605년 제작된 위봉사 보살상 2구는 보물 1842호로 지정된 익산 관음사 '목조보살입상' 2구와 한 세트다.

다른 6구의 불상들도 시도 유형문화재로 지정 가능할 정도의 유물로, 조선 후기 불교조각의 양식적 특징 등 연구에 매우 중요한 문화재다.

A씨 등은 이 문화재들이 도난된 것인지 모르고 현재 사망한 문화재매매업자로부터 1990년대에 1억 7천500만원에 사들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이 삼존불상의 제작 시기 및 소유사찰 등이 기재된 복장물에 봉안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음에도 이를 전시 혹은 연구하지 않고 장기간 숨겨놓은 점 등을 볼 때 도난된 것임을 알고도 문화재들을 숨긴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물관에서 근무했던 학예사와 직원들이 은닉장소를 몰랐고 이 불상들의 유물카드나 대장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도 경찰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A씨는 2014년에도 불교문화재와 묘지에 들어가는 지석을 은닉한 죄로 검거돼 집행유예를 받은 바 있다.

해당 문화재들은 훼손 등을 우려해 중앙박물관에 보관할 예정이다. A씨 등이 은닉죄로 기소될 경우 문화재들은 피해 사찰들에 돌아가나 불기소 처분이 나면 민사소송으로 소유권을 주장해야 한다.

경찰은 앞으로도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 도난 예방과 도난 문화재 회수를 위해 지속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다.

김태현  pointan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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