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로부터 성적인 모욕과 험담의 대상이 됐다며 피해를 호소한 강원지역 한 여성 경찰관이 2차 피해를 막지 않고 되레 비방하는 글을 작성했다는 혐의로 직장협의회를 고소했다.

태백경찰서에서 근무했던 여경 A씨의 고소대리인 법무법인 중심은 A씨 근무 당시 태백서 직장협의회장인 B 경위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달 29일 경찰청에 고소장을 냈다고 1일 밝혔다.

A씨 측은 직장협의회가 올해 2월 19일과 3월 8일 경찰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을 문제 삼았다.

직장협의회는 첫 게시글에서 '(A씨로부터) 제보를 받았다고 하는 첩보 내용으로 인해 태백서장과 과장들 모두 무능하다는 등 각종 소문이 강원청에서 타서까지 난무하며 태백서가 도가니인 것처럼 비유돼 태백서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썼다.

이를 두고 A씨 측은 "지난해 9월 청문감사실에 성희롱 피해를 신고한 뒤 11월 가해자들이 명예훼손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직무 고발된 사실을 직장협의회가 알고 있었음에도 A씨가 허위사실을 제보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글에서 'A씨가 유실물 조사에 대한 회피를 위해 방송과 전국 동료들을 이용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현실'이라고 쓴 부분도 "대놓고 비방함과 동시에 허위사실을 악의적으로 유포했다"고 했다.

A씨 측은 "조직 내에서 일어난 성희롱·성추행 피해자로서 절차에 따라 신고하고, 할 수 있는 조치를 한 것뿐인데 B씨는 모든 경찰관이 볼 수 있는 게시판에 허위사실을 적시해 고소인을 비방하고, 명예를 훼손하고, 2차 가해를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3월 내부 게시판에 20쪽이 넘는 긴 글을 통해 임용 직후 순경 시절부터 최근까지 성적 수치심을 겪은 일들과 직접 느낀 부조리 등을 폭로했다.

이후 경찰서장 등 6명을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소했으며, 관련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도 낼 방침이다.

한편 이 사건을 살핀 경찰청은 최근 태백서 소속 12명에게 징계를, 4명에게 직권 경고를 하도록 강원경찰청에 지시했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가해 경찰관의 파면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랐으며 현재까지 7만1천여 명이 동의했다.

강원경찰청은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 방침이다.

▲여경.

김점록  pointan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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