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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36시간 성탄 휴전령에 "안믿는다" 싸늘한 키이우전역에 2시간 공습경보 계속 "밤낮 미사일 날리는 나라의 휴전선언 믿을 수 있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교회 성탄절을 기념하자며 러시아군에 내린 임시 휴전명령의 '발효 시점'인 6일(현지시간) 정오 무렵, 수도 키이우의 '표정'을 읽기 위해 시내 중심가를 찾았다.

비록 이날 정오부터 7일까지 36시간에 걸친 '시한부'이긴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전면적인 휴전령을 군에 내린 것은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이다. 해를 넘긴 채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전은 내달 24일 발발 1년을 앞두고 이날로 317째를 맞고 있었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날 "위장술"이라고 일축한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듯, 어떠한 기대나 동요도 찾아볼 수 없었고, 거리의 반응은 싸늘했다.

공습의 공포는 여전했고 오히려 휴전 지시를 계기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불신과 적개심만 커진 분위기였다. 시민들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키이우 번화가인 크레샤티크 거리의 TSUM 백화점에서 만난 크리스티나 씨는 "러시아는 휴전을 위장해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막고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로 무기와 동원병들을 이동시키려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한 "푸틴은 또한 우크라이나가 평화를 원하지 않고 정교회 신자들을 억압한다고 비난하려는 빌미를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행인 샤샤 씨도 "푸틴의 말을 믿지 않는다. 러시아군이 매우 큰 손실을 입었고 추가 병력 준비를 위해 최소한의 휴식이 필요할 것"이라며 "휴전 명령은 일종의 선전전"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푸틴은 전투 행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그의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크라이나 전체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쟁 이후 외국인 등 손님이 크게 줄어든 이 백화점은 이날도 대부분의 매장이 점원들만 자리를 지키는 등 한산한 모습이었다.

점원인 루드밀라 씨는 동부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아들 걱정을 놓을 수 없었다.

그는 "아들이 있는 크라마토르스크에는 오늘도 로켓이 날아왔다고 들었다"며 "모두가 평화를 바란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푸틴의 휴전 명령 소식에 대해선 "내가 뭘 정확하게 알 수 있겠나"라면서도 "전쟁 중에 정치인이 하는 말은 아무것도 안 믿는다"고 했다.

주변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 역시 무심한 채 어디론가 바쁘게 걸어갈 뿐이었다.

텅 빈 커피숍을 지키던 종업원 오스타프 씨는 "러시아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미사일을 날린다"며 "그런 나라의 휴전 선언을 믿을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런 때일수록 방심하지 않고 안전에 더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취재진과 만난 시민 대부분은 공습에 따른 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거나 승리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지만, 애초에 이번 휴전 명령 소식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이 정한 휴전 시작 시점인 6일 정오 이후에도 키이우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경보가 울렸다.

낮 12시 45분에 울린 경보는 2시 38분까지 2시간 가까이 유지됐다.

이런 가운데서도 시민들이 새해와 1월7일 정교회 성탄절을 맞아 설치된 트리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등 전쟁 속에서도 신년을 축하하며 잠시나마 여유를 찾는 모습도 보였다.

키이우 곳곳의 삼엄한 경계 태세는 흔들림 없이 유지됐지만,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잠깐 잊을 정도로 시내는 긴장감 속에서도 평온을 유지했다. 아직은 이번 겨울 다른 유럽 날씨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포근했다.

특히 한시적 휴전 명령 와중에 트리 앞에 포즈를 취한 한 아기의 유모차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평화의 상징' 비둘기는 1년 가까이 계속되는 전쟁의 한가운데서도 '종전'과 진정한 일상의 회복을 바라는 키이우 시민들의 바람을 웅변해 주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날도 동부 전선에서는 크라마토르스크와 바흐무트 등 요충지마다 포성이 끊이지 않았다.

러시아는 자국이 휴전을 준수했으나 우크라이나가 선제공격을 해 대응 사격했다고 주장했다.

정교회 성탄절 앞두고지난 6일(현지시간) 오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시내에서 한 아기가 트리 앞에서 비둘기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진귀  pointan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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