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소방본부가 구급차를 사적으로 이용한 소방서장을 감찰하는 과정에서 범법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수사기관에 고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도 소방본부는 지난 9월부터 윤병헌 전 전주 덕진소방서장에 대한 감찰을 진행해 비위 의혹 대부분이 사실임을 파악했다.

도 소방본부는 감찰 자료를 징계위원회에 넘겼으나 검경 등 수사기관에는 윤 전 서장의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국무총리훈령 제696호에 따르면 행정기관 감사 담당 공무원은 직무 도중 공직자 범죄혐의를 발견하면 소속기관의 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를 확인한 소속기관의 장은 형사소송법에 근거해 이를 고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범죄혐의를 알고도 묵인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징계 등 엄중한 조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와 징계 절차가 진행된 최근 3개월 동안이나 도 소방본부는 윤 전 서장에 대한 고발장을 내지 않았다.

되레 전북경찰청이 언론보도를 통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먼저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경찰청은 이날 윤 전 서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수사 대상인 중대 비위임에도 윤 전 서장에게 견책이라는 가장 가벼운 징계 처분을 의결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도 소방본부는 이러한 사실을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김승룡 도 소방본부장은 "국정감사 과정에서 이 사안과 관련한 질의가 나왔고, 경찰이 이를 인지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처음부터 알리지 않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며 최대한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서장은 응급환자를 이송해야 할 구급차에 친척을 태워달라고 구급대원에게 지시하는 등 부당한 권한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북소방본부.

노영준  pointan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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