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의 강간·살해 혐의가 뒤늦게 드러나 기소된 남성에게 검찰이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창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모 씨의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다른 강도 살인사건 등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피해자는 젊은 나이에 이 사건으로 생명을 잃었고, 장기간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다가 과학수사로 뒤늦게나마 피고인을 법정에 세울 수 있게 됐다"며 "피해자의 넋을 위로하고 피고인에게 엄한 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고 구형 의견을 밝혔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무기징역을 받고 살고 있지만, 1999년 당시에는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며 "저는 피해자를 다치게 하거나 살해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검사들이 네 분 바뀌면서 제게 자백만을 원했고 법정에 서달라고 했는데 진짜 피해자를 살해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A씨의 변호인도 오랜 시간이 흘러 목격자·관련자들의 진술이 불분명해 신빙성이 없다며 "피고인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억울함이 없도록 판단해주고 공소시효도 최대한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달라"고 했다.

A씨는 1999년 7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골프 연습장에서 20대 여성 B씨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경찰은 피해자가 숨지고 목격자들의 진술이 불분명해 수사에 난항을 겪어 진범을 특정하지 못했고, 사건은 미제로 남아 17년이 흘렀다.

그러나 2017년 B씨의 신체에서 채취했던 DNA와 기타 범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던 A씨의 DNA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고, 재수사 끝에 검찰은 지난해 11월 A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A씨가 실제 B씨를 강간·폭행해 살해했는지 여부와 더불어 A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다.

A씨가 고의로 B씨를 살해했다면 지금도 처벌이 가능하지만, A씨의 혐의가 B씨를 폭행하는 과정에서 사망에 이르게 한 '치사'에 해당한다면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재판부는 오는 17일 A씨의 1심 선고 공판을 연다.

김태현  pointan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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