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비밀 누설' 의혹과 관련된 압수수색영장을 둘러싼 검·경 갈등에서 검찰이 경찰의 증거 수집 방법과 영장 신청 시점 등을 문제 삼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별건 수사'라는 취지였지만, 경찰은 수사에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1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5월 말 열린 서울고검 영장심사위원회에서 검사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에 관한 녹취록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녹취록이 다른 사건으로 발부받은 영장 집행 과정에서 발견된 증거이며, 경찰이 녹취록을 확보한 이후 뒤늦게 영장 신청을 했다는 점을 근거로 이같이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JW중외제약이 자사 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의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녹취파일을 발견했다.

이 회사 직원 A씨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이 파일에는 검사 출신 변호사의 대화 내용이 녹음됐는데, 현직 검사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의심할 만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녹취파일을 단서로 수사를 하고자 지난 5월 검찰에 이 파일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경찰의 증거 수집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영장을 법원에 청구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당시 증거 수집과 영장 신청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면서 "지난 3월 녹취파일 발견 후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기 위해 곧장 A씨에게 증거 확인 참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지자 측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 등을 이유로 참여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향후 문제 소지를 없애기 위해 거듭 참여를 요청하며 기다렸다"고 덧붙였다.

결국 A씨는 4월께 경찰에 출석해 녹취파일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 자리에서 증거물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신청 방침을 고지했다. 같은 날 경찰은 녹취록에 등장하는 다른 직원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놓고 검찰 측은 사건 관계인을 불러 녹취파일을 들려주는 것은 압수수색영장 집행 이후 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녹취록 대화는 암호와 같은 말들로 이뤄져 구체적인 범죄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압수수색영장에 기재할 범죄 혐의점을 특정하기 위해 대화를 한 사람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영장 청구 거부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서울고검에 영장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올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전국 고검에 영장심의위원회가 설치된 이래 첫 사례였다.

서울고검은 5월 열린 위원회에서 영장 청구가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냈다. 경찰은 당시 "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어떤 근거로 그런 결론이 난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고태윤  pointan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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