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신체검사 과정에서 의심스러운 소견이 발견됐더라도, 병원 측이 이에 대한 추가 조치를 할 의무는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경북대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11년 2월부터 경북대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전공의 수련을 받았다.

그는 인턴 근무에 앞서 같은 병원에서 채용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당시 모든 항목에 정상 판정을 받고 합격했다.

다만 흉부 X선 검사에서 폐 결절 의심 소견이 있다며 추가 검사를 권유받았다.

A씨는 이듬해 2월 폐암 수술을 받았고, 2016년 사망했다.

유족들은 경북대병원이 사용자로서 신의칙상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족들은 먼저 당시 의심스러운 병변이 발견된 만큼 병원이 가족력을 확인하거나 추가 조직검사를 하지 않아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했고, 결국 A씨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관련 규정에 의하면 '채용 신체검사'는 대상자가 직무를 담당할 신체적 능력을 갖췄는지 판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검사를 의뢰받은 기관은 대상자의 건강 상태를 검사해 불합격 기준에 해당하는 질병이 있는지만 검사하면 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채용 신체검사 과정에서 병증이 발견됐다고 해도 특별히 정밀검사가 필요하지 않다면 기준에 따라 합격·불합격 판정을 하면 족하다"라며 "질병 치료 등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일반적인 진료 계약에서처럼 의료기관이 발견된 병증의 내용과 원인을 확인하고 치료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의 경우처럼 채용 기관과 채용 신체검사 기관이 같다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유족들은 주당 80시간을 초과하는 가혹한 근로조건 때문에 A씨의 폐암이 급속도로 진행됐다는 주장도 했다.

재판부는 A씨가 혹독한 조건에서 일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유족의 주장처럼 병원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건강검진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2016년 12월에야 시행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A씨가 인턴으로 수련할 당시 관련 법령에는 수련 시간에 구체적 제한이 없었고, 병원은 일반적으로 이뤄진 관행에 따라 인턴 수련 프로그램을 시행했다"며 "수련 과정이 당시 법령에 위반되지 않은 만큼 사용자로서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성한  pointan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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